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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클리셰 TO DO LIST -03- : 연애와 벽
연애하며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려드리는 <로맨스 클리셰 TO DO LIST> 세번째 주제는 ‘남자와 벽’입니다.

벽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연애라는 테마를 다룰 때, 정말 자주 나오는 배경이 아닐까요.

벽을 등에 지고 눈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그리고, 무엇인가 중요한 대사를 읊는 남자.

주로 갈등이나 위기일 때 이런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행복한 연애 중이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벽.

오늘은 벽 클리셰를 파헤쳐 봅니다.

-글. 도람 -

<가두기 위한 벽>

연애할 때 벽은 여러가지 용도로 쓰입니다.
나란히 기대 대화를 나누기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하고, 벽과 벽 사이는 사람들로부터 숨기 위한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의 벽은 프라이버시를 백업하기 위한 공간이므로, 조금도 잘못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이 없는 벽이, 폭력의 도구로 사용되는 순간이 있죠.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연애 서사에서 벽을 배경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살펴볼게요.
두 연인이 있습니다. 한 쪽이 다른 하나를 거칠게 잡아 끕니다. 그리고, 인적이 없는 어느 한 벽 앞으로 데려옵니다.
상대의 등을 벽 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 박력있게 그대로 밀어붙이죠.

이런 상황에서 끌려와 벽에 갇히는 쪽은 보통 여성이고,
두 팔을 사용해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큰 소리를 내는 쪽은 보통 남성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보기가 힘듭니다.

뒤에는 벽이 앞에는 사람이, 이럴 때 당신은 어떤 기분일까요.
분명히 두 사람은 갈등상황일 테죠. 벽을 벗어나려 해도 쉽지 않을 거예요.
벗어나려 시도하다 상대의 힘이 더 크다는 걸 확인하면, 공포와 불안이 생깁니다.
이미 제대로 된 대화는 불가능해집니다.

실내도 마찬가지지만, 실외의 벽이라면 매우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등과 어깨, 날개뼈, 목덜미, 뒷통수가 벽에 찍히거나 스크레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칠게 부딪히면, 피부가 짓이겨질 수 있고, 옷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벽에 못이라도 튀어나와 있었다면, 단순한 찰과상이나 멍이 드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죠.
동의 받지 않고 한 쪽의 의지로 벽에 갇히는 상황에서, 상대가 나를 고이고이 다룰 리 없습니다.
밀어붙일 벽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밀어붙이는 사람은 없죠.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 후회해도 늦습니다.
벽에 누군가를 끌고 가서 밀치는 행동은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문제는, 이런 벽씬이 보여주는 로맨스 클리셰가, 남자와 여자의 갈등 상황에서 남자의 절박함과 다급함을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남자의 박력과 여성의 유약함을 강조하는 설정이 되기도 합니다.
벽에 갇힌 사람의 취약성을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무리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단순히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강조하는 클리셰로 소비한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사람을 벽에 밀치지 않고 어떻게 내 마음을 잘 전달하면 될까요.

DO : 부탁하세요

상대가 도망가려 하면, 공손하게 진심을 다해서 예의를 갖추어 부탁하세요.
상대를 붙잡을 논리가 없다면, 자신의 부족한 사고능력을 탓하며 겸허하게 포기하세요.
힘으로 붙잡아야만 하는 상대라면, 어차피 상대에게는 당신과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억지로 붙잡아서 마음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완력을 증명하기 위해 벽을 이용하지 마세요.

DO : 보내주세요

상대가 가려고 하면 이유 불문하고 보내주세요. 그리고, 다음 타이밍을 노리세요.
비폭력적 방법으로 상대를 잡아야, 상대가 제 발로 나에게 옵니다.

DO : 기다리세요

상대가 들을 수 있는 상황이고, 내가 차분히 말할 수 있는 멘탈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세요.
진정한 소통에는 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연애에서 벽이 필요한 바람직한 상황은, 달달한 대화와 키스를 할 때뿐이에요.

즐거운 연애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킬 때부터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기만 하다가, 점차 상대를 알아간다 생각하면 누구나 상대에게 무례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까워질수록 더욱 조심하고 삼가야 합니다. 그래야, 안전연애, 인권연애, 아름다운 연애가 되죠.

연애할 때도, 우정을 쌓을 때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지켜야 할 룰이 있습니다.
연애할 때 벽을 로맨스의 배경으로 사용할 것인가, 폭력의 배경으로 사용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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