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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클리셰 TO DO LIST -02- :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우리가 SNS나 연애 칼럼, 광고 문구에서 숱하게 마주치는 주제죠.

습관처럼 우리는 이런 제목에 이끌려 클릭을 하고, 그 결과 당신은 거대하고 촘촘한 연애산업의 톱니바퀴로 이용됩니다.

이 주제에 대한 정보를 알기만 하면, 내 연애의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소소한 기대를 품기도 하겠지만.

현실은 결코 일반화할 수 없는, 유일하고 개별적인 각자의 불모지일 뿐.

이번 칼럼에서는 이 질문이 왜 유해한 클리셰인지 알려 드립니다.

-글. 도람 -

<당신은 유일한 주체다>

연애를 주제로 하는 글들은 흔히 이렇게 시작하죠.

“남자들은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할까?”
“남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여자의 성격은?”
“남자들이 선호하는 이성의 외모란?”
(반대로, ‘여자들’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바꾸어도 동일합니다.)

이렇게 툭 던져진 문장 다음에 펼쳐질 내용은 당신 또한 얼마든지 써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흔하디 흔한 일반론일 겁니다.
물론, 연애 경험이 적고, 호기심만 가득한 사람이라면, 다른 남성들/여성들은 어떤 다양한 선호를 가질까 궁금해서 보고 싶기도 하겠죠.

이런 주제는 글의 출발부터가 함정입니다. 세상의 모든 남성과 여성의 선호를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도, 그걸 설명하려다 보니, 결국 컨텐츠 제작자 본인이 이성에게 원하는 스타일과 성격과 외모의 이상형을 묘사해서 쓰게 됩니다.
대중들이 공감할 만한 인간형을 어필해야 하니, 가능한 한 세상에 흔한 스테레오 타잎을 설명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구요.

요즘 유행하는 남성상/여성상을 제시하는 글은, 그저 그 시대가 권장하는 인간 유형을 박제할 뿐이죠.
연애시장에서 잘 팔리는 몇 가지 특징이나 조건을 갖추어야만 한다는 전제로 작성되는 글들은, 당신의 개성과 존엄을 무시합니다.
또한, 이런 글이 작성되는 배경에는, 아래와 같은 분명한 의도성이 깔려있다는 걸 놓쳐서는 안 됩니다.

1.연애는 좋은 것이고 반드시 해야만 한다.
2.연애는 보통 이성애를 말한다.
3.연애하기 위해서는 남자다운/여자다운 매력을 가져야 한다.
4.연애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선택 당해야 한다.
5.연애시장에서 선호되는 조건이나 특징을 획득하기 위해 나를 바꾸어야 한다.

당신은 이 모든 전제에 동의하시나요?

<연애는 함께 만드는 새로운 우주>

로맨스 클리셰란, 연애/로맨스가 무엇인가에 대해 그 문화권이 제시하는 낡은 메뉴얼입니다.
모든 사회규칙이 그렇듯, 오래된 룰들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의식과 가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힘듭니다.
어떤 법과 규칙도 인간을 더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개인을 조종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폐기되어야 마땅하죠.

인간은 사회적인 의무와 목적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존엄과 행복이 무엇보다 소중하죠.
역할로만 소비되지 않기 위해, 노예로 죽기 않기 위해, 우리는 사람답게, 나답게 살기 위해 인간의 권리를 끊임없이 주장해야 합니다.

연애는 당신이 선택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 활동입니다.
어떤 연애독재자가 정한 룰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기 위해 연애할 이유가 없습니다.

당신의 취향, 당신의 인간관, 당신의 기준, 당신의 느낌, 당신의 개성이 시키는 대로 연애하세요.
나를 권장 스타일, 권장 외모, 권장 성격으로 포장하고 꾸미는 가식으로, 어떻게 진짜 로맨스를 얻나요.
연애는 나와 관계를 합의한 상대와 함께 우리만의 룰로 새롭게 만드는 우주입니다.
인간관계란 각 주체가 동등해야 하고, 존중과 예의가 지켜져야 하고, 그래야 아름답고 안전하죠.

내가 의견을 제시할 수 없고, 원하는 걸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역할극을 하는 연기이고 게임일 뿐입니다.

<모든 클리셰를 넘어선 오리지널>

당신의 연애는 오리지널인가요. 아니면 가짜 흉내내기인가요.
당신의 정체성은 오리지널인가요. 아니면 권장된 스테레오 타잎의 재현일 뿐인가요.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다움을 선택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의식적으로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의도대로 적당히 살게 되죠.
내가 아닌 바깥이 정한 클리셰를 부수지 않으면, 나다운 오리지널은 요원합니다.
그럼, 위의 전제조건들부터 파괴해봅시다.

1. 연애는 좋은 것이고 반드시 해야만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꼭 좋기만 할까요. 아니죠. 연애가 인생의 필수과목일까요. 아닙니다.
연애는 연애가 하고 싶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또다른 사회생활일 뿐이에요.
연애한다고, 연애해보았다고, 당신의 무엇이 증명되지는 않죠. 단지 각자의 경험치일 뿐입니다.

2. 연애는 보통 이성애를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다양한 성을 가집니다. 남성과 여성/ 수컷과 암컷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개념을 성별이분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자연계에는 양성 외에도 다양한 간성이 있고,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별이분법/젠더이분법은 이제 안녕, 지금은 젠더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걸 배울 21세기예요.
새 정부에서도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성평등’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곧 일반적 인식도 바뀔 겁니다.
몰랐다면 어서 업데이트 하세요.
인간의 성정체성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연애 지향성/ 로맨스 지향성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죠.

3. 연애하기 위해서는 남자다운/여자다운 매력을 가져야 한다.
남자다운 것, 여자다운 것이 각각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남성을 주체성에, 여성을 관계성에 고정하는 것을 젠더 스테레오 타잎이라고 해요.
개인의 정체성이 단지 성정체성만으로 결정될까요. 아니잖아요.
단지 성기의 모양이 당신이라는 우주를 어떤 경향성으로 고정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금방 위에서 배웠죠? 인간의 성은 양극성이 아닌 스펙트럼으로 존재합니다.
때문에, 당신의 남성성, 여성성은, 각자가 정하면 됩니다.

4. 연애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선택 당해야 한다.
간택 당하기를 원하는 수동성으로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연애 기회가 확 줄어들 거예요. 연애하고 싶다면, 선택하는 주체가 되셔야 합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합의로 시작되죠. 그렇다면, 나에게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가시면 된답니다.

5. 연애시장에서 선호되는 조건이나 특징을 획득하기 위해 나를 바꾸어야 한다.
당신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나요. 당신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나요. 당신은 자신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자신을 충분히 알고 사랑하고 혼자서 충만하다면, 연애시장에서도 당신은 빛나는 보석입니다.
자신을 좋아할 수 없다면, 자신감도 없겠죠. 어떤 가짜 장식물을 붙여도, 당신의 불안한 내면은 감추어지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세요.
남들을 위해 자신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자, 여기까지.누가 이성이 좋아하는 남성상/여성상을 당신에게 가르치려 드나요.
이제는 연애산업이 원하는 의도대로 흔들리지 않는,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보시기 바래요.

당신의 모든 관계를 응원합니다.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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