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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클리셰 TO DO LIST -01- : 로맨틱한 안전거리
로맨틱한 안전거리

당신에게 연애는 무엇인가요. 로맨스란 무엇인가요. 사랑은 무엇을 말하나요.

세상의 수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와 드라마가 끝없이 사랑을 이야기하고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배웁니다.

이별로 끝난 사랑은 가짜 사랑일까요. 헤어지지 않고 한 날 한 시에 죽는 사랑은 진짜일까요.

어쩌면 사랑은, 그저 우리 사회가 재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장치에 불과한 걸까요.

사랑 때문에 상처 받고 증오하고 미치고 죽고 죽이는데, 왜 우리는 그토록 사랑을 권장하나요.

이번 칼럼부터는 미디어가 보여주는 로맨스 클리셰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DO, 피해야 할 DON’T를 알려드립니다.

-글. 도람 -

<내 손목은 나의 것>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남자주인공의 무례한 행동 첫번째가 바로 이것입니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과 어딘가를 가고 싶을 때, 그는 그녀에게 초대, 제안,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손목을 덥썩 잡아서 질질 끌고 가죠.

이 행동은 개인의 안전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양권에서 보면 기겁할 행동이고,
상대의 신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적 행동이기도 합니다.
상대의 동의 없이, 목적지에 대한 고지 없이, 그저 손목을 잡아서 끌고 가면, 이는 명백히 납치입니다.

완력을 사용하여 상대를 끌어당기는 행동은 절대로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불편함과 거부의 의사표현을 하였는데도, 여전히 잡고 있는 손목을 놓지 않았다면, 더욱 문제죠.

개인 차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여성의 피부는 연약합니다.
손목을 세게 잡고 끌어당기면, 피부가 쓸려서 화끈거리고 빨갛게 되고 다음날 보라색 멍이 듭니다.
끌려가는 순간도 아프고, 다음날도 아픕니다. 끌고 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악력이 얼마나 센지 잘 모릅니다.
드라마에서는 끌려가는 사람이 손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프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꼭 염두에 두세요.

나의 신체는 나의 것, 상대의 신체는 상대의 것.
화가 난다고 해서, 급하다고 해서, 상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기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그래야,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 됩니다.

DO:물어보고 합의하세요

누군가와 어딘가로 가고 싶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꼭 물어보고 동의를 구하세요.
상대가 가기 싫다고 말하면, 손목을 잡아서 강제로 끌지 마세요.
갑자기 휙 잡아끌면, 상대는 무게중심을 잃어서 넘어지기도 합니다.
만약, 상황을 세세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긴박한 사건사고가 목전에 닥쳤다면, 상대를 구해내기 위해 잡아끌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니,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DO: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친밀해지세요

아무리 친해도, 아무리 사랑해도, 상대의 신체를 내 마음대로 사용할 권리는 없습니다.
어떤 스킨십도 사전에 상대의 신뢰를 얻고 친밀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당신이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충분히 친밀감이 쌓이면, 얼마든지 즐겁고 상쾌하게 원하는 신체접촉을 합의할 수 있습니다.

DO:실수했다면 즉시 사과하세요

만약 아차, 하는 사이 상대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면, 즉시 손목을 놓고 자신의 행동이 놀랍도록 무례했다는 걸
인정한다는 태도로 스스로도 당황했다 어필하며 정중히 사과하세요.
상대가 놀란 가슴 진정시키며 사과를 받아줄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잽싸게 자신의 이유와 목적을 설득시키면 됩니다.

DO:안전거리를 지키세요

아무리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도 손쉽게 붙잡지 마세요.
눈빛을 보내고, 목소리를 보내고, 상냥한 미소를 보내세요.
그러면 자연스레 서로 간의 개인거리가 좁혀지고, 손과 손을 맞잡아도 편안한 타이밍이 옵니다.
대화를 해도 겉돌고, 상대의 표정이 언제까지나 딱딱하고, 의례적인 대답에 하품만 하고 있다면,
두 사람은 로맨틱해지기에는 무엇인가가 부족한 사이죠.
통하지 않는데 억지로 손목을 붙잡는다고 마음까지 붙잡을 순 없습니다.

DO:경청하세요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성을 붙잡아 끌 때는 보통 화가 난 상황이죠.
또한,
“넌 아무 것도 몰라!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지나 알아! 넌 애가 도대체 왜 그러니! 난 널 지키기 위해서 모든 걸 다 했는데 넌 항상 실수만 해!”
따위로 상대를 윽박지르고 비난하기 일쑤입니다.
일갈하기 전에 당신은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의 사정도 알고, 나의 사정을 전달할 때도, 상대가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걸러지지 않는 감정을 그대로 쏟는다고 소통은 아니니까요.

개인 간 안전거리는 가족 간에도, 친구 간에도, 직장 동료 사이에도 항상 중요합니다.
내가 편하다고 상대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미묘한 거리의 차이를 알아채려면, 당신은 상대를 존중하고 항상 물어봐야 합니다.
신체접촉은 그저 데이트하는 사이라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저절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편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안전거리와 신체접촉의 규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진짜 소통과 애정은, 상대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바탕에서만 자라납니다.
로맨스는 안전한 사이에서만 의미있죠.
앞으로도 해서는 안 될 행동과 로맨스를 쑥쑥 자라게 하는 권장행동들을 차근차근 전해드리겠습니다.
모두 안전하게 사랑하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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