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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연애 베이직 -17- : 너무 오래 된 짝사랑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끝을 알 수 없는 당신만의 아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친구라고 해도 너무 오래 된 친구고, 사랑이라 해도 한번도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 없었던 사이.

혼자만의 짝사랑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린, 나에게만 슬픈 연애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누구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사랑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글. 도람

<순정의 결말>
어릴 때는 풋사랑처럼, 나이가 들어서는 실수인 것처럼, 세월이 흘러서는 말을 꺼내보았자 어떤 대답일 지 알기 때문에,
당신은 이제 솔직할 수조차 없죠.

연애는 분명히 상호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짝사랑은 연애가 아닙니다.

혼자만의 모노드라마라도, 슬프고 즐겁고 기대하고 설레고 실망하고 질투하고 토라지고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감정의 파노라마는 결코 거짓이 아니죠.
심장이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이게 연애가 아니면 무엇이고,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라 이름 붙여야 하나 소리치고 싶기도 할 거예요.

만날 수 없는 사이도 아니고, 친구처럼, 지인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마음을 나누었지만,
고백은 매번 실패로만 끝났고, 거절의 기억이 쌓일수록 앞으로의 모든 프로포즈가 같은 답인 것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순정을 지키는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가 되었지만. 그래서 당신은 정말로 이 짝사랑만으로 만족하나요.
너무 오래 된 짝사랑을 지키느라 당신이 놓친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번뿐인 청춘>
기다리고 기다리면, 상대가 모든 연애상대와 이별을 하게 되면, 결국 온전히 홀로 남게 될 때는,
그 옆에는 바로 내가 있을 거라고,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였나요.
그 사람이 겪는 모든 연애가, 진짜가 아닌 가짜이고, 오래 가지 못할 단막극이고,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일 뿐이라고 애써 되뇌이며 잠들지 않았나요.
친구일 뿐이라는 대답에도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우정을 염려하는 속깊은 선택일 거라,
혹은 내가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언젠가 내가 정말로 성장하게 된다면 그 때야말로,
혹은 오히려 상대가 지금이 아닌 저 바닥으로 철저하게 떨어지게 되면 비로소 나에게로.
당신은 수백 가지 버전으로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연애 드라마를 쓰고 또 썼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도 상대의 삶도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아나요.
그러는 동안 당신은 청춘에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관계들을 어느 하나도 누리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가고 있지요.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핑계로 떠나보낸 인연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점에서 당신의 청춘과 꼭 닮았습니다.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진짜 이야기는, 시작부터 비극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한번도 흥한 적 없는 지지부진한 짝사랑 이야기를 어서 하차하셔야 해요.
그래야, 진짜 연애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선택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내 몫>
거절과 상처가 두려워서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가져가고 남는 것이 내 몫이 됩니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바로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벌이랍니다.

짝사랑은, 상대와 마음을 줄다리기하는 지난한 경주를 미리부터 포기하는 선택이죠.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는 동안 한없이 늘려온 선택의 유예기간도 이제는 더 댈 핑계가 없을 것입니다.
오직 두 눈 질끈 감고 주먹 꽉 쥐고 용기를 내야만, 당신은 진짜 연애의 세상으로 한 발을 들이밀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철저하게 다 털어놓고 장렬한 거절을 받을 것인가.
혹은, 지금까지의 세월을 쿨하게 접으며 깨끗하게 포기할 것인가.

당신에게는 어떤 선택이 더 의미있어 보이나요.

<끝과 시작>
긴 세월 주변을 맴도는 당신의 마음을 1도 몰랐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마음을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면, 굳이 상대도 당신의 마음을 미리 알아채고 대접할 이유는 없습니다.
당신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왜 그 사람이 신경 쓰고 배려해야 할까요.

마음을 품고만 있으면 혼자만의 그림자 놀이가 됩니다.
처음에는 새를 만들고 토끼를 만들고 아무럴 것 없어 보여도, 흐를 수 없고 통할 수 없는 마음은 결국 슬픔과 좌절의 심연을 만들고 말죠.
슬프고 무력하고 빛이 바래, 당신의 영혼까지 검게 물들이고 맙니다.
오랜 짝사랑은 당신을 시들시들 말라가게 만들죠. 마음에는 결코 우울한 그림자가 깃들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정말로 빛나고 싶다면, 망설이는 시간은 여태까지로 충분합니다.
고백을 하든, 혼자서 접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전화번호를 지우고, 카톡을 지우고, 상대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SNS를 다 정리하세요.
온전하게 마음에서 상대를 보내고 난다면 비로소 당신은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할 준비를 마친 주인공입니다.

어떤 아이도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마흔과 쉰도 찾아옵니다.
그런데, 스무살의 연애, 서른의 연애, 마흔의 연애는 다 다릅니다.
당신은 삶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가요.
기다리기만 해서는 시작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오늘, 지금이 당신에게는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고, 이곳이 당신에게 가장 의미있는 장소입니다.
당신에게 의미있는 사랑은 손을 마주잡아줄 사람이라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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