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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다른 여자 -05- : 노는 남자의 트루 러브
미디어가 보여주는 성별고정관념을 뜯어보는 *다른 남자, 다른 여자* 다섯 번째 시간에는, ‘노는 남자 클리셰’을 파헤쳐 봅니다. 시대극이든 현대극이든, 남자주인공이 여자들에 둘러싸여 술을 마시는 장면은 반드시 나옵니다. 그는 세상의 흔한 여자들에게 쉽게 환심을 사지만 결코 사랑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밤의 유흥문화에 익숙하지만 결코 정신을 놓진 않죠. 대체로 냉정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면, 어느새 순정남이 되어 직진한다는 “노는 남자 판타지”. 놀고 싶어서 노는 게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노는 남자로 오해 받는, 우리가 사랑해야 마땅한 남자. 노는 남자의 숨겨진 진심, 정말일까요?

글. 도람

<남자의 유흥은 필수요소?>

여자를 스토킹 하거나, 불법촬영을 하거나, 추행하거나, 때리거나, 강간하거나, 살해하는 범죄자들과는 달리, 세상에는 비범죄자인 남성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연애해도 될 만큼의 매력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성매수를 하거나 불법촬영 범죄영상물을 보지 않는 사람들도 일부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비즈니스 차 술자리도 잦고 어쩔 수 없이 유흥업소도 가지만, 절대로 순정만은 간직한 남자도 세상에 한 명쯤은 있겠죠.

드라마 속을 들여다 볼까요.

흥청망청 술 취한 친구들과는 달리, 어지러운 술자리에서도 고독을 씹으며 자신만의 상처와 고통을 참는 그런 노는 남자. 술은 마시지만 실수는 하지 않고, 여자를 만나도 진심을 주지 않고, 단지 유흥업소에 있을 뿐 유흥에 동참하지 않는, 노는 남자. 알고 보면 부모에 상처받거나 옛사랑에 배신 당한 과거가 있는, 사연 있는 남자. 그래서, 세상 다른 여자들에게는 가볍고 차가우면서, 한 여자에게만 따뜻할, 선택적 변동동물인 남자.
드라마 세계에서는 로맨틱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로 로맨틱하지 않은 남자, 노는 남자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드라마 속 노는 남자 베이직>

드라마가 시대극이라면, 노는 남자는 필연적으로 양반이나 한 많은 서자로서, 유곽에서 기생들을 잔뜩 끼고 술잔을 기울이죠. 병풍처럼 둘러앉은 그녀들은 과장되게 꾸미고 그에게 매달리지만, 그는 플러팅을 할 뿐 진짜 연애는 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겠지만, 몸은 가도 마음은 주지 않는 고고함이 있달까요.

드라마가 현대극이라면, 노는 남자는 클럽이나 룸싸롱에 있겠군요. 혹은 호텔 커피숍에서 선자리에 나온 상대에 무례하게 대하다가 뺨을 맞기도 하겠고요. 본의 아니게 구여친의 지인과 마주쳐 과음을 하거나, 정략결혼이 예정된 약혼자에게 상처도 줄 거예요.
화려하게 노는 남자고 나쁜 남자라서 여자들을 울리고 상처 주지만, 그녀들은 조연들이니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여자주인공은 그의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에, 그녀만이 노는 남자를 좋은 남자로 각성시킬 수 있는 걸까요.

쓰레기통 속의 한 송이 장미 같은 남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느껴지나요?

<현실 유흥남의 정체>
밤의 유흥을 즐기지만, 귀한 여자에게는 다르겠지. 노는 남자지만, 나에게는 점잖겠지. 나쁜 남자지만, 좋은 여자에게는 특별하겠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룸싸롱이며 유흥업소며 정말 싫어하지만, 친구들이 억지로 끌고 가서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접대를 명령해서 피할 수 없이, 어딘지 모르고 갔는데 알고 보니 그런 곳이라 나도 모르게, 전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어젯밤 처음으로, 술만 마시고 다른 짓은 아무 것도 해 본 적이 없다는 변명, 한번쯤 들어보셨을까요. 아이고, 뭔 소리래요. 정말 가당치도 않죠.

여자들을 숱하게 울렸는데, 노는 남자라고 주변에 파다하게 소문이 났는데, 심지어 내 친구도 당했다는데,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애들뿐이라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는 다를 수도 있을까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방황하던 과거를 뒤로 하고 진정한 사랑을 만나 사람이 변하던데,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지 않냐구요.

아니요, 아닙니다. 노는 남자가 진실된 사랑을 깨닫고 새 사람이 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픽션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대부분의 노는 남자가 별다른 사연 없는 그냥 유흥남이라는 사실을, 일반상식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유흥업소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무례해지고 망가지는지,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조금만 참고하여도 알 수 있습니다. 유흥의 장소에 있을 뿐 유흥을 즐기지는 않고, 연애할 때 바람을 피우고 성매수를 해서 여자친구를 울렸지만, 결혼하고 났더니 혹은 애아빠가 되더니 유흥기를 싹 고쳤다는 말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헛소리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 전에 인간 존중부터>

유흥과 음담패설과 만취와 성희롱에 익숙한 유흥남이, 진정한 사랑 앞에서 제대로 된 좋은 사람으로 각성하는 일은 없습니다. 여성을 이런 여자, 저런 여자로 평가하고 분류하면서, 대하는 태도가 휙휙 변하는 사람이,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일 리 없습니다. 존중을 모르는데 사랑을 알 리 없습니다. 노는 남자의 진심은 적어도 이 지구 상에는 없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사랑으로 유흥남을 변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고 고쳐지지도 않습니다. 유흥남들은 필연적으로 유흥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돈으로 사며 소비합니다. 사람이, 어떤 여자는 소비하고, 다른 여자는 존중하는 이중잣대를 가질 수 있을까요. 여성을 돈으로 사 본 유흥남은, 세상의 모든 다른 여성들도 똑같이 돈으로 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없는 유흥남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진정한 사랑까지 운운하지 않아도, 적어도 타인을 향한 존중은 알아야 하지 않나요. 내가 존중 받아야 할 인격체이듯, 다른 여성들도 모두 존중 받아야 하고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싫은 똑같은 인격체입니다. 타인의 존엄을 해쳐서까지 채워야 하는 욕망이나 욕구가 있다면, 그곳에서 바로 사회악과 범죄의 새싹이 돋아나겠죠.

오늘은 여기까지.

러브 카운셀러는 유흥남이 매력적인 노는 남자, 상처받은 나쁜 남자, 철없는 반항아로 포장되는 연애 판타지를 반대합니다.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당당하게 사랑하는 연애인들의 세상, 약에도 술에도 취하지 않는 맑고 밝은 사랑의 세상을, 러브 카운셀러가 언제까지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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