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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솔루션 03 : 시작하자마자 끝난 연애, 도대체 왜죠?
충분히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며 분위기 달달하게 썸도 타고,
물 흐르듯 만나 데이트 하고 손도 잡았는데, 몇 번을 만났다고 느닷없이 이별 선언.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건지, 데이트할 때 어떤 징조는 없었는지 곱씹어봐도 도무지 답이 없죠.
분명히 우린 서로 말이 통하는 좋은 사이였는데, 서로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일방적인 이별 선언에 넉다운.
내가 연애를 하긴 한 걸까요?
글. 도람

<넘치는 애정표현의 맥락>

모든 연애가 마냥 드라마틱하거나 항상 불타오르지는 않죠.
데이트라고 달콤하기만 하거나, 오래만난다고 애정이 당연스레 깊어지지도 않습니다.

연애의 시스템을 흉내내기는 쉽죠. 데이트는 이런저런 매너들로 이루어지고, 커뮤니케이션은 속살거리는 밀어처럼 오고 갑니다.
하지만, 감정이 데이트의 형식에서 만들어지진 않습니다.
많은 연애인들이 흉내만 낸 연애 시스템을 몇 번 반복하다가, 기대가 더 컸던 한쪽의 상처를 깊게 만들며 끝나고 말아요.
만약, 상대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순순히 백기를 들었다면, 차라리 잘 된 일입니다.
질질 끌수록 기대와 오해와 상처는 더 컸을 테니까요.

사람들은 종종, 마음에도 없는 호의와 찬사와 사랑을 표현하고는 합니다.
막연한 연애욕에, 호기심에, 분위기에, 의무감에 데이트를 하며 달달해지죠.
자신의 마음을 몰라서이기도 하고, 자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를 할 수 있다 증명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단지 호기심과 애정을 구별 못해서이기도 합니다.
어딘가에서 본 갖가지 연애와 사랑의 모습들을 연습하고 싶어서 연애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오래 못 가 나몰라라 슬금슬금 내빼죠.

<유사연애의 스펙터클>

시작하자마자 끝난 연애. 이게 정말 연애인가요? 아니죠.
서로의 일상 안에 연애 시스템이 안전하게 정착될 때까지는 그저 연애예행연습이고, 흉내내기이고, 연애놀이일 뿐입니다.
절절한 구애와 선물 공세, 새벽이고 밤이고 집 앞에 달려오기,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애정 고백, 편지, 지켜지지 않을 약속들을 뒤로 하고
하루 아침에 돌변해서 미안하다고 헤어지자고 하는 상황. 어린 시절 저 역시도 숱하게 겪었죠.
그 간의 그 모든 퍼포먼스와 달콤한 고백들은 다 무엇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답니다.

하지만, 연애 관계의 선택과 책임에서 책임 파트를 망각한 사람들은 종종 그렇게 행동합니다.
단지 어떤 흐름을 타다 보니 열렬한 구애자가 되죠. 그냥 맥락 상, 분위기 상 그렇게 되죠.
데이트를 하다 보면 다정한 말을 건네야 하고, 거리가 가까우면 슬쩍 손도 잡고 어깨도 감싸안죠.
아프다거나 피곤하다고 하면 누구보다 걱정을 하죠.
언어는 진지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시인이 되죠.
진심을 호소하며 눈물 흘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라 소개도 시킵니다.
이쯤이면 맘 닫았던 누구라도 홀딱 속아넘어갑니다.
이제서야 진짜 연애가 시작되는구나, 의심을 거두는 순간! 뒷통수를 맞는 거죠. 퍽!

어떤 사람들은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애정표현을 합니다.
그런 흐름이니까, 그렇게 반응하는 거랍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죠.
어, 이건 아닌데. 연애를 해보니, 꽤 귀찮잖아. 꼭 책임져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일단 도망치자.

<이상한 엔딩의 과정>

먼저 사귀자고 한 고백은 아마도 '흐름 상'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를 하게 되면 당연히 뒤따라왔을, 관심과 애정이 뜸해지죠. 막상 만나면 데이트는 또 달콤하게 잘 합니다.
눈앞에 있으니 적당히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연락은 부실하죠. 전화나 문자는 쉽게 무시하고 나중에 변명할 수 있으니까요.
며칠 이상하다 이상하다 촉이 오다, 결국 반가워야 할 상대의 연락이 어처구니 없는 이별 선언이 되죠.

하지만, 헤어지자는 말을 못해서 관계를 질질 끄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 위안 삼읍시다.

<유사연애는 피할 수 있다.>

당신, 앞으로는 모든 고백이 의심스럽겠죠. 순진했던 연애인들의 경계심이 높아진다면, 학습능력 때문입니다.
마음껏 의심하고, 질문하고, 증거를 요구하세요.
단지 좋아한다 사랑한다 보고싶다는 말 한 마디에 흔들리지 말고 시간이 세월이 그걸 증명할 때까지 믿고 싶은 맘을 다잡아요.
냉정해지세요. 나의 높은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 그 때 받아들이세요.
우리의 일상이 안정적으로 만나기 시작하면, 사랑을 시작해도 될 때죠.

좋았던 데이트의 기억에 미련 두지 마세요. 원래 대부분의 연애가 흐지부지 꼬리도 없이 사라집니다.
좋은 연애란 희귀하기 때문에, 온통 영화며 드라마며 소설에서 갖은 변주로 이상화되죠.
좋은 연애가 뻔하고 당연하게 올 리 있겠나요. 행복하기만 한 인생이 없는 것처럼 좋은 인연은 언제나 더디게 찾아오죠.

연애다운 연애, 연애 같은 연애, 사랑이 싹트는 연애는, 내가 사람 볼 줄 알 때, 인간관계의 주체가 되어 선택과 책임을 질 줄 알 때,
연애 판타지에 휩쓸리지 않는 내공 있을 때 옵니다.
그 때까지 더욱 맘 튼튼히 하도록 하고 찰나 찾아온 인연 놓치지 않는 매의 눈, 기르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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